제목: 태국 치앙마이 선교현장에서 보내어진 편지

사랑하는 동역자님들께 드립니다.

이번 주에는 오래전부터 초청을 받았지만 내가 마음의 여유와 시간을 내지 못해 늘 거룩한 섭섭함을 가지고 있는 성도들을 방문해 교제하기로 3주전에 약속을 해두었습니다.

20여 년 전 열심히 전도를 다녔던 마을들이지만 현재는 우리 공동체에 속하지 않은 마을들입니다.

월요일에 25번째 비자연장을 하고 약속한 화요일, 새벽예배를 위해 일어나 화장실을 가다 심한 어지럼으로 정신을 잃었습니다. 어찌 일어났는지 막내가 일어나 먼저 예배당에 올라간 아내를 불러와 위기를 넘기고, 좋아지면 출발하려 했지만 온 종일 이어지는 어지럼과 구토로 이날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지난주 일정이 무리였던 것 같습니다. 하루를 쉬어도 여전히 어지럼기가 남아 있었지만 기다리고 있을 사람들을 생각하니 누워있을 수만 없어 이기고 움직였더니 다행히 정신이 좀 맑아졌습니다.

24년 전 중학생이었던 제자가 카리스마 넘치는 영적 리더가 되어 나의 연약함을 도와 운전대를 잡고 당시 4-5일씩 걸어갔던 마을들을 방문해 갔습니다. 참 많은 변화가 보였지만 여전히 마음은 민망하기만 했습니다.

배낭을 메고 송충이 떼와 거머리에 소름끼치며 걸어가던 오솔길이 비록 아직 거칠고 험하지만 차가 들어갈 수 있는 길로 넓혀졌고 아무리 깊은 산 속에 있는 마을일지라도 낡은 사륜구동차 한두 대씩은 가지고 있었습니다. 예전의 나뭇잎과 갈대를 엮어 만든 지붕은 대부분 함석과 스래트로 바뀌었고 엄마가 정성스레 짜준 전통 복장을 한 아이들의 모습이 마치 천사의 무리처럼 보였었는데, 이번에 만난 낡은 문명의 옷으로 갈아입은 아이들의 모습은 참 초라해 보였습니다.

식탁은 대나무 쟁반에서 플라스틱 쟁반으로 바뀌었고 그 위에 떠놓은 붉은색 밥과 거친 산나물국 대신 찰기없는 흰 밥과 계곡에서 잡은 생선 서너 마리에 아지노모또를 쏟아 부어 끓인 찌게와 마마라면, 생선 통조림에 입맛도 빼앗겨 있었습니다. 마을마다 학교는 세워졌지만 선생은 없었고 낡은 핸드폰을 들고 신호가 잡히는 높은 산봉우리를 용케도 찾아내 도시로 나간 아들딸 친구들과는 통화를 하고 있었지만 칼에 무릎을 찔러 죽어가는 17살 난 소년을 병원으로 옮겨갈 생각은 왜 하지 못했는지 궁급했습니다.

아이들은 많아졌는데 부모는 작아졌고, 곳곳에 교회들도 잘 지어져있었지만 여전히 이들은 목자 없는 양처럼 유리하며 방황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매일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유명한 산속에 자리한 한 마을은 말 그대로 등잔 밑이 몹시 어두웠습니다. 문명의 빛은 유혹뿐이었고 문명의 이기는 무지한 주민들을 향해 어두운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감사 한 것은 아찔한 낭떠러지 위와 깊은 계곡들을 수도 없이 이어 달리면서도 찬양을 멈추지 않고 이 일을 기뻐하는 현지인 전도자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문명인의 시각으로 보면 참 보잘 것 없는 학력, 지식, 경험이지만 위임받은 영적 권위로 가르치는 이 전도자의 권면에 순종해 무당에게 돈을 주고 사서 사슬처럼 목에 걸고 있던 우상을 버리고 전도자를 따라 예수를 주로 고백하며 구원의 기쁨을 회복하는 하나님의 백성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기도하며 이 땅의 복음의 계절을 기다려주신 사랑하는 동역자 여러분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2014년 3월 8일
정도연, 이미숙(다라, 헤진, 주라, 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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